수필

시치미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3. 25. 13:11

탁탁탁탁, 누군가 대문을 두드렸다. 안나가려다가 혹시나 하고 나가보았다. 대문 앞에는 집사람이 서있었다.

나를 본 집사람은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었다.

"아니, 뭐 하니라고 고로케 초인종을 눌러싸도 모르냐고!"

"안 듣끼든데..."

"안 듣끼긴 뭐가 안 든겨요? 듣고도 일부러 귀찮타고 안 나왔지."

"어디 다시 한번 눌리봐. 고장일지도 모른께."

집사람은 초인종을 눌렀다. 제대로 눌리지 안았는지 소리가 나지 안았다.

"거봐! 안나지. 똑바로 눌러봐."

집사람은 초인종을 다시 눌렀다. 그제서야 "당동댕" 하고 소리가 났다.

정신없이 글을 쓰다보면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를때가 있다. 오늘도 필경 초인종소리를 못 알아 들었으라라.그리고서 잡사람에게 잘못 눌렀다고 덤태기를 씌웠을 것이다. 하기야 집사람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것이 하염없는 잔소리를 듣는 것 보다는 백번은 나은 일이다. 잔서리가 한번 나오면 밑도 끝도 없기 때문이다.

그라고보면 가끔은 옆길을 걷는 것도 필요할때가 있다. 오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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