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단장의 미아리고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2. 28. 11:02

미아리 눈물고개 님이 넘던 이별고개

화약연기 앞을 가려 눈 못뜨고 헤메일 때

당신은 철사줄로 두 손 꼭꼭 묶인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많은 미아리고개

 

아빠를 그리다가 어린 것은 잠이 들고

동지섣달 기나긴 밤 북풍한설 몰아칠 때

당신은 감옥살이 그 얼마나 고생을 하오

십 년이 가도 백 년이 가도 살아만 돌아오소

울고 넘던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고개

 

단장의 눈물고개는 6.25가 낳은 비극적인 노래이다. 한이 서려있는 전쟁가요이다. 그때의 어린 것은 살아남았다면 이젠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으리라.

어느 나이지긋한 여자분에게 들은 얘기다.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기가맥히게 잘부르는 키가 아담한 아가씨가 있었단다.모임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고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부르면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고 했다.

그 아가씨가 결혼하던날, 피로연이 끝나고 신랑친구들 뒤풀이에 불려간 색시는 그 자리에서도 십팔번곡인 단장의 마아리고개를 불렀다고 했다.

백년가약을 맺는 첫날, 신랑친구들 앞에서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불렀다니 선곡을 잘못해도 한참 잘못했다. 그 좋은 날에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불렀으니 말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버린 신랑이, "나좀 보자!" 하면서 신부를 구석진 곳으로 끌고 나갔다고 했다. 그리곤 앞 뒤 재지않고 한대 재대로 쥐어밖았다나. 그러니 신부의 고운 눈자위가 퍼렇게 멍이 들수밖에 없었으리라.

그일로 해서 그 새내기 부부는 갈라섰다는 얘기가 후일담으로 들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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