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손님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2. 10. 09:45

 

우리 집 마당은 코꼴만 하다. '코꼴만 하다' 는 말은 '아주 작다' 는 것을 뜻하는 문경지방 사투리이다.

42평 대지 위에 건물이 반을 차지했고 나머지가 뒤안과 앞마당이니 작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내외가 거처하는 안방 앞에는 봄이면 빠알간 꽃이 곱게 피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산당화나무다.

창문 밖 산당화 나무에는 일년 사시사철 손님이 온다. 손님은 바로 새들이다.

주로 참새가 날아와서 떠들다 가지만 까만 바탕에 흰 줄을 두른 새도 간혹 다녀간다. 명새이리라. 짙은 밤색에 주황색 띠를 하고 다니는 새도 이따금 놀다간다.

작년 봄 어느 날이었다. 간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집사람은 아침이 되어서야 눈을 붙였다고 했다. 집사람은 불면증으로 종종 그렇게 잠을 못 이뤘다.

산당화 나무에 새들이 날아와 시끄럽게 울어대었다. "시끄럽다. 잠좀자자. 다른 곳에 가서 놀아라!" 집사람은 창문을 열고 그렇게 투덜거렸다고 했다.

말끼를 알아들었는지 새들은 날아갔다고 했다. 그런데 새들은 그 후로 오지 않았단다.

그일이 있고 난 한참 지난 어느 날 아침, 궁금했는지 새들이 다시 찾아왔다고 했다. 반가웠던지라 집사람은 새들에게 고맙다고 했단다.

정월 초사흘, 오늘 아침에도 우리 집 산당화나무에는 참새들이 모여앉아 정신없이 떠들어댄다.

"째재재잭, 날씨좋다. 짹짹째잭 저 집에 복좀 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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