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아이들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2. 13. 11:29

 

아이들은 본대로 느낀대로 말을 하고 행동한다.

유치원에서 할머니를 그리라고 했다. 어느 집의 아이가 할머니를 그렸다. 얼굴이 큼지막 하니 양푼만 하게, 살집이 넉넉하니 뚱뚱하게 그렸다. 그기다가 인생계급장인 얼굴의 굵은 주름살까지 살뜰이 그려넣었다.

손자의 그림을 본 할머니는 속이 상해 며칠간 손자와 말도 안했다고 했다.

지난 겨울방학 때 언니따라 놀러온 우리 집 막내 손녀딸은 고모는 예쁜데 할머니는 안 예쁘다고 했다. 한 술 더 떠서 얼굴에 주름이 많아 쭈글쭈글 해서 안 예쁘다고 했다.

그 어느 집의 할머니 마냥 우리 집사람도 토라졌다.

자고로 여자란 다섯 살 배기 꼬마 아가씨나, 칠순이 넘은 할머니나, 예쁘다고해야 좋아한다는 법칙을 알턱이 없는 다섯 살배기 손녀딸 말에 그렇게 토라졌다.

우리 집 손녀딸은 그날 저녁, 할머니의 속이 풀어질 때까지 그 맛난 과자도 못 얻어먹었다. 대책없는 그 조그만 입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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