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교였던 상주농잠고등학교의 죽림은 엄청 넓었다.
죽림에서는 늘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봄에는 먼산 아지랑이 마냥 잡힐 듯 말 듯한 가녀린 소리가 들려왔고, 여름엔 쏴아하고 내리는 소나기소리처럼 세차게 들려왔다. 가을에는 어미소를 찾는 송아지 울음소리처럼 애잔했고 겨울엔 얼음장 같이 죽림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는 차거웠다.
고향집 뒷집에도 널따란 죽림이 있었다. 뒷집은 뒷산 아래에 있었다. 동네사람들은 그집을 안집이라고 불렀다. 안집의 죽림은 우리 집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대밭에 바람이 일면 대나무는 스륵스륵 그렇게 소리를 내며 울었다. 친구가 불어대던 하모니카 소리처럼 죽림에서 들려오던 바람소리는 참으로 정겨웠다.
고향을 떠나온지 40년이 넘었다. 스물아홉이던 내 나이가 일흔에 접어들었다. 흘러버린 세월만큼 변했으리라. 모교의 죽림도, 고향마을 안집의 죽림도.
인걸도 고향산천도 세월따라 변하는데 오늘밤에 쳐다보는 정월대보름달은 그 옛날의 그 달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