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로등.2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1. 31. 09:20

 

 

 

저 가로등은 보았으리라. 하루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의 모습을, 엄마와 딸이 팔짱끼고 밤예배 드리러 가는 아름다운 그림을, 빙그레 웃으며 보았으리라.

일년삼백육십오일을 늘 한치의 오차도 없이 꿈적 않고 서서 길을 밝히고 서 있는 저 가로등!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을 것이다. 오랫동안 못 만난 친구도 있을 것이다.

그대는 저 가로등이 고맙지 아니한가? 자기를 희생해 가며 우리 사람들을 위해 꿋꿋하게 서 있는 저 가로등이 정녕 고맙지 아니한가?

가방을 둘러메고 저전거를 타고 퇴근길에 나섰다.

 

"밤길 조심하게!"

 

누군가 하고 휙 뒤돌아보았드니 초소 앞 가로등이 싱긋이 웃으며 내려다본다.

 

"그래, 고마우이. 낼 모레밤에 만나세."

 

밤안개가 자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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