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5. 9. 20. 18:42

찬비

싫어서

메밀묵 장수의 외침소리도

어디론가 숨어든 밤

 

푸르던 잎

낙엽으로 보내버린

느티나무 가지에

밤비가 내린다

 

1자 두 개가

나란히 겹쳐진 밤

초소문을 잠그고 퇴근을 한다

 

결비실 앞을 돌아가는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다정한 소리

"빗길 미끄러우니 조심하구려!"

누군가 하고

휘익 돌아보니

초소 앞 가로등이 빙그레 웃고 있다.

(20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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