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의 대화/오유경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1. 15. 10:14

 

치렁치렁 달린 요상한 물건들.

방울방울 떨어지는 닝겔.

버텨보지만 이내 축축해진 아랫도리.

소리 없이 작아지는 내 몸뚱아리.

 

시린 발위로 덮혀지는 부드러운 이불.

눈꼽을 걷어내는 촉촉한 가재수건.

벌린 압속을 찾아오는 호사스런 커피한숟가락.

똑똑똑 끊겨지는 길어져 못난 손톱.

 

찾아오는 이가 많으니 잘은 살았다만

남의 딸 데려와서 이케 고생시킨다.

"어맴요, 나는 하나주고 하나 데려왔지마는

여섯주고 하나 데려온 어맴은 내 책임이시더"

 

90평생 내 인복음 말해뭐해.

내 죽어도 여한없다.

니 고생했다.

니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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