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두루에 권경자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6. 1. 7. 10:21

 

흐르고 싶었다

흐르고 흘러서

시냇물과 손잡고

흐르고 흘러서

강물과 더불어

마침내 그곳에 닿고 싶었다

 

산다는 게 맘대로 되진 않는다던데

 

그 열망 겹겹이 쌓여

썩고 썩어서 이윽고 고요해져

연꽃을 피어낼 수 있다면

내 썩은 내음

너의 향기로 퍼질 수 있다면

그것은 흐르지 않고 흐르는 길

내가 나에게로 흐르는 길임을 안다

 

사랑하는 사람아

부디 아름다움과 그리움

향그러움만 갖고 흘러라

 

떠날 때는 조용히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부의 대화/오유경  (0) 2016.01.15
별을 헤다  (0) 2016.01.09
어디로 갔을까/동시  (0) 2016.01.03
바닷가에서/정진채  (0) 2015.12.18
눈/문경아제  (0) 201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