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열한시가 넘었다.
주방에서 고소한 냄새가 풍겨나온다. 목도 마르고, 집사람은 무엇을 하나싶어 주방에 나가보았다.
집사람은 주먹밥을 만들고 있었다.
파래를 잘게 부수어 넣고, 깨소금을 조금 뿌려서 뭉친 주먹밥은 맛있어 보였다.
"딸내미 늦게 들어오면 먹을 게 없을 것 같아서, 한 개 먹어보려우!"
그렇게 물어오는 집사람에게 싫다고 했다. 잘자리에 먹는 음식은 위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주먹밥은 즉석 음식이었다. 주먹덩이 만큼 뭉친 밥에 소금만 뿌려 먹던 밥!
주먹밥은 전장이나 천재지변의 복구현장에서 먹던 즉석밥이었다.
그랬던 주먹밥이 언제부턴가 사치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먹고 살기가 수월해지면서부터 주먹밥은 그렇게 변질되어갔다.
이젠, 눈깜짝할 사이에 게눈 감추듯이 허겁지겁 먹어대던 주먹밥이 아니다.
허겁지겁 먹는 밥이 아닌, 맛을 음미하면서 느긋하게 먹는 밥으로 변해버렸다.
우리네 살림살이가 조금씩 조금씩 여유로워지면서부터 주먹밥도 그렇게 세태를 닮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