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지나간 인연들이 그리워 질때가 있다.
그 단편적인 인연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추억은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면 서러운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소중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등학교학창시절 자췻집 뒷집에는 눈이 크고 호수처럼 맑은 아주 예쁜 여대생이 살고 있었다.
그 여대생은 방학이면 꼭 집에 내려오곤 했다.
나의 모교 상주농잠고등학교는 상주여고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그 여대생은 상주여고를 나온 듯 했다.
그 여대생은 이따금 아랫집 자취생인 내게 이렇게 묻곤 했다.
"아직 이상우 선생님 근무하고 계세요?"라고. 이상우 선생님은 우리 학교 국어선생님이셨다.
훤칠한 키에 미남이셨고 책 읽을땐 낭랑한 목소리는 엄청 근사했었다.
상주여교에 다녔을 그 여대생은 아마도 문학동아리에서 이상우 선생님을 만났을 것이다.
50년이 지나가 버린 까마득한 그 옛날의 추억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살아간다고 했다.
스쳐지나간 그 여대생이 파란 별이 되어 떠오르는 것은 나이탓일 것이다.
그 곱기만 했던 여대생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어보는 것도 병고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