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더디어 그 넘기 힘던 대관령을 넘었다.
어느 해를 막론하고 건강검진은 나에게는 넘기힘던 대관령이었다.
어떤 동료직원은 해마다 오월이면 건강검진을 받는다.
남 먼저 받아놓고 그는 늘 이렇게 말을 하곤 했다. "깨끗하다네!"
그러는 그가 언근히 미워질 때도 있었다.
'남의 심중도 좀 헤아려 주면 안되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가 야속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나는 해마다 소장의 채근을 받고나사야 건강검진을 받았다.
올해에는 경리가 채근을 했다. "김 주사님! 아직 건강검진 안 받으셨네요." 그러면서 빨리 받으라고 했다.
내가 그처럼 건강검진에 늑장을 부리는 것은 건강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무슨 병이라도 튀어나올까봐 겁이났기 때문이었다.
12월14일, 오늘에서야 건강검진을 받았다. 대관령을 넘었다. 개운했다. 속이 시원했다.
내년부터는 날좋은 8, 9월에 건강검진을 받아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헛다짐은 되지 말아야 할텐데.' 그러면서 빙그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