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올려다봅니다. 어느 집이나 달력은 조금은 높은 벽에 걸려있습니다.
누워서 달력을 볼땐 별로 힘이 들지 않습니다. 편한데로 그냥 쳐다만 보면 되니까요.
그러나 앉아서 보려면 고개를 쳐들고 올려다 보려니 조금쯤 힘이 듭니다.
오늘이 12월12일이니 동지가 열흘남았습니다.
올 동짓날엔 팥죽을 끓이는 지, 모르겠습이다.
애기동지면 팥죽을 끓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우리 집사람은 동짓날에 팥죽을 끓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껏 동짓날엔 팥죽을 사먹거나 얻어먹었습니다.
집사람은 팥죽을 끓일 줄 모르는 모양입니다. 이런 말, 집사람 귀에 들어갔다가는 밥얻어 먹기 힘들겠지요.
옛날 젊은 시절, 고향에 살 적엔 지붕 새 이엉으로 덮고, 나뭇가리 한 가리 채우고, 동지를 맞았습니다.
동짓날 찹쌀로 빚은 경단 넣고 끓인 동짓팥죽은 참으로 구수했고 맛났습니다.
동지가 다가오니 그 옛날 어릴 적, 고향에서 먹던 그 맛난 동짓팥죽이 그립습니다.
입안에 그득하게 침이 돌만큼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