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경상도 사나이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5. 12. 12. 14:41

겨울비가 추즐추즐 내린다. '계절도 잊었나? 왠 겨울비가 이렇게 내린담!' 그렇게 궁시렁대며 점심 한 술 얻으먹고 오전에 한 줄도 쓰지 못한 단편을 집필하려고 맘을 먹고 있던 참이었다.

그 때 폰의 벨이 울렸다. "예, 김동한입니다!" "강초애

라요. 오늘 비번인껴?" 그렇다고 했더니 뚝방길 옛날칼국수 아래에 가있을테니 나오란다. "난 아직 점심도 몬 먹었니더!" 그랬더니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대뜸 핀잔이었다. "아니 세시가 넘었는데 여태까지 점심도 몬 얻어 잡셨나요." "집사람이 안동병원에 댕겨왔다 아입니까." 사정 쪼매 봐줄테니 얼른 점심잡수고 나오란다.

코로 들어갔는지 목구멍으로 넘겼는지 떡국에 찬밥 한 덩어리 말아먹고 둑방아래로 나갔다.

기다리고 있던 강초애 시인은 내가 차에 오르기 무섭게 빗속을 달린다. 하망동성당 앞에는 김명애 시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우리 세사람이 들린 곳은 제일교회 안에 있는 커피숍이었다. '아니 이런 곳에 커피숍이 있다니' 역시 나는 성 아래 사는 촌놈이었다.

시인 셋이 만났으니 그저 문학얘기다. 그러나 그도 잠시뿐, 두 여인네는 자연스레 남편 얘기로 화제를 옮긴다.

"내는 신랑하고 전화 한 번 통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우." 나이 한참은 어린 강 시인이 그렇게 말문을 연다. "왜에?" "서로가 지 일 때문에 타임을 몬 맞추는 기라요. 고게 고르콤 잘안 되네!" 우체국장인 강 시인 남편은 머언 우산국에 가있다고 했다.

강 시인 얘기를 듣고 김 시인은 자기 집 영감님은 이렇다고 푸념이다. 오늘같이 썰렁한 날 점심이라도 제대로 챙겨 먹었나 하고 전화라도 넣어면 들려오는 소리가 겨우, "와?"하는 한마디 뿐이란다.

우리 세 사람은 입을 모아 호호호 허허허 신바람나게 웃어제쳤다. 눈물나게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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