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5. 12. 8. 21:51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은 1960년대 중반, 가수 차중락이 불러서 공전의 히트를 친 노래이다. 엘비스 프레스리의 노래를 우리말로 번역한 번안노래였다.

눈발휘날리는 겨울밤에 뜬금없이 왠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이냐고? 그렇게 묻는 이가 있다면 이렇게 대답해 주고 싶다. '추억은 계절을 타지 않는다' '추억은 한없이 아름다운 것이다' 라고.

풀무원 대리점을 하는 강문희 시인은 영광고등학교를 올라가는 삼거리 봉화통로에 집이 있다. 나와는 막연한 사이다. 그런 강문희 시인인지라 이따금 초소에 들려서 한참을 놀다갈 때가 있다.

지난 가을 어느 날 오후, 강문희 시인이 초소에 들렸다. 강문희 시인은 옛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그런 얘기를 즐겨한다.

고등학교3학년 때라고 했다. 그날도 여니날처럼 방구석에 틀어박혀 기타를 때려가며 차중락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을 불러대고 있었단다. 분위기로 봐서 낙엽지는 가을날이었으리라.

한창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는 참에 방문이 덜컥 열였다고 했다. 문을 들컥 여신 어머니는 화가 나서 얼굴이 고추장처럼 빨갛게 익어버렸다고 했다. 그런 어머니가 "이누무 자식아야! 천날만날 그 노래냐.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이 밥이라도 먹여 준다냐?" 그렇게 소리를 깩하고 지르시더니 기타룰 빼앗아 마당에 내동댕이를 치셨다고 했다. 몇 십년이 넘은 듯한 얘가룰 하면서, 들어면서 우리는 소리내어 껄껄껄 웃어댔다. 신명나게 원없이 한참을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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