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물따라

문경아제 길나서다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20. 3. 3. 23:31

해넘어 간뒤 서쪽하늘에 저녁놀이 떴다. 곱다 참 곱다. 

 

 

 한국폴리스텍대학이 보인다. 첨 개교했을 땐 '영주직업훈련소'라고 했다.저쯤에 앳고개가 보인다. 고개를 넘어 조금만 가면 장수면 소재지 반구리다.

 나그네가 쉬어가는 쉼터다.

 시내버스가 언제부터 노란색에서 청색으로 바뀌었다. 세상은 그렇게 변화나보다.

 

 영주축산농협이다. 이층에 축협식당이 있다. 우리 가족은 이따금 저 식당에 들려 쇠고기전골을 구어먹는다.

 강건너 저 산아래 경북전문대학이 보인다. 인문계대학으론 이 땅에서 최상급이라고 한다. 얼마 전부터 간호과도 생겼다.

 

 보물제221호인 可興洞磨崖三尊佛님이시다. 통일신라시대 때 태어나셨다고 전해진다.

 

 

 

 제2강변아파트다. 우리 집이 고향 문경에서 영주에 이사온 1976년 당시만해도 저 아파트자리엔 '한절마못'이라는 커다란 연못이 있었다. 월세를 살고 있었을 때 주인집 아저씨는 열차전무였다. 아저씨가 야근을 하고 아침에 들주무시면 집사람은 딸아이는 걸리고 막내는 들쳐업고 한절마다리(제1가흥교)를 건너 한절마못에서 한나절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저녁 해거름 할무렵,

자전거를 끌고 대문을 나섰다. 하늘이 우중충하고 바람끝이 차가운지라 옷을 단단히 입고 나섰다.

주민들은 부르기 쉽게 '새다리'라고 부르는 제2가흥교를 건너고 축엽건물 앞을 지나서 한정마을을 향해 자전거는 달려갔다.

마스크 안으로 콧물이 흘러내렸다. 자전거를 세웠다. 손수건을 챙지지 않았기에 흐르는 콧물을 화장지로 훔쳤다.

예상외로 추웠다. 한국폴리스텍대학 앞 앳고개가 저만큼 보이는 지점에서 자전거를 돌렸다. 따사한 우리 집 안방이 그리워서였다. 집나서면 고생이라했느니.

가흥동마애삼존불興洞磨崖三尊佛님 아래 절벽 잔디밭에는 불자인 듯 보이는 젊은 청년이 엎드려 절을 올리며 기도에 여념이 없다.

젊은 불자시여,

부탁하노니 미혹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불쌍한 중생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주시구려. 깨달음에 이른 중생들이 손에손을 맞잡고 맑고 밝은 세상을 이룩하도록 기도해주시구려.

제2강변타운을 지난 자전거는 제1가흥교를 건너서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서 조금만 더 달리면 우리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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