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김범선 선생님 만나뵙다/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20. 1. 31. 22:20

 

 

 

 

 

 

 

 

 

 

 

 

 

 

 

해마다 이맘때면 홈플러스 뒤쪽에 사시는 소설가 김범선 선생님을 찾아뵙곤 했습니다.

설을 쇠고 엿새가 지난 정월 초이레(음)인 오늘 쇠고기 한근쯤 사들고 선생님을 찾아뵈었습니다.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선생님은 방안에 비스듬히 누워계셨습니다.

 

인품에서 우러나오는 선생님 말씀은 나를 혼돈에서 깨어나게 했습니다.

일전에 있었던 단톡방 사건을 선생님은 알고계셨습니다.

탁 선생님과 친구사이인 선생님께서는 탁 선생님의 과오를 지적해주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나의 잘못도 애둘러 일러주셨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문예대와 결별하려는 나의 결심을 녹여버렸습니다.

문예대에 염증을 느끼고 뛰쳐나간 부석에 사는 가옥연 수필가와 순흥지킴이 정오순 시인을 선생님의 역량으로 불러들이시라고 부탁을 드리고 왔습니다.

후배 두 사람 불러들이지 않으시면 제가 문예대를 찾을 낯과 명분이 없다고 말씀드리고 왔습니다.

댁을 나서는 저에게 사모님은 호도와 은행, 두 봉지와 미국산 포도주 한병을 종이상자에 넣어주셨습니다.

집사람이 잔소릴 하던말던 이따금 포도주 한잔씩 해야겠습니다. 포도주는 말이 술이지 술 같지 않은 술이니까요. 심장을 튼튼하게 해준다니까요.

집사람 반잔 나 한잔 그렇게 마시면 딱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