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아버님 기일(忌日)/문경아제 김동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20. 1. 23. 18:48

 

 

 

오늘은 아버지 기일이다.

아버지는 임신년(壬申年) 섣달 스무이레날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귀천하시던 그날 새벽엔 하얀눈이 발목이 빠질만큼 내렸다.

아버지는 하늘에서 내려온 하얀무지개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셨다.

 

하늘이 희뿌였다.

평택에 살고 있는 막내가 내려온다기에 어디까지 왔느냐고 물었더니 천등산 휴게소까지 왔다고 했다.

막내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늦을 것 같아 제사를 지내기로 했다.

 

아버지,

우리 집엔 당신께서 사랑하실 증손자는 없습니다. 당신께서 살아생전에 애지중지하셨던 장손자 국환이가 딸 만 둘을 두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저도 어찌 못합니다.

선아는 마흔 넘어 박서방에게 시집갔습니다.

막내 진환이가 아직 미혼이라 걱정됩니다.

아버지,

저희 내외도 일흔을 넘기고보니 깜빡깜빡할 때가 많습니다.

조상님들 기일은 잊지 않아야할텐테 걱정입니다. 또 저희 내외 몸도 약하구요.

 

아버지,

하늘길 먼길

어머니 손잡고 조심해서 가십시오.

가시는 길 배웅해드리려고 이 아들 대문앞에 나왔습니다.

 

아버지 배웅해드리고 집사람과 마주앉아 제상에 앉아 음복을 한다. 절대로 마시면 안됀다는 제주(祭酒)도 한잔했다.

한시간쯤 지나면 막내가 오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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