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권효섭멸치국수2/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9. 6. 21:43

 

 

 

 

 

 

 

 

 

 

저녁 때가 다 되어가자 집사람이 중얼거렸다.

'저녁은 뭘 해먹어야 하노!'

집사람은 이따금 그렇게 밥하기 싫다고 내색을 했다.

하긴 날 만나 신랑각시가 되고부터 47년이 되도록 밥끓여 먹었으니

밥하기 싫다는 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난 집사람입에서 '밥하기 싫다!'라는 말이 틔어나올 때면

집사람을 데리고 가근방 인근 식당으로 저녁밥을 먹으러가곤 했다.

오늘저녁도 밥하기 싫다고 내색하는 집사람 손을 잡고 길을 나섰다.

 

권효섭멸치국수엔 오늘밤에도 손님이 삐질 않았다.

새카만 밤하늘에서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것 같아서였을까

맑은 날 만큼은 못했지만 테이블은 거의차있었다.

우린 만만하고 부담없는 멸치국수를 시켰다.

나는 그릇을 말끔히 비었지만 아내는 삼분의 일쯤은 남겼다.

무한필이라지만 우리같은 노인네에겐 한그릇이면 족하다.

그러나 젊은 사장님의 넉넉한 맘가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젊은날 식욕이 왕성했던 시절엔 국수 두 그릇은 앉은자리에서 뚝딱했었다.

세월이 흘러가는만큼 몸도 맘도 많이 변모했다.

 

이렇게 외식을하고, 집사람 손잡고 두런두런 얘기나누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즐겁기 그지없는 길이다. 에덴의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닐 터, 이 길이 바로 에덴의 길일 것이다.

사노라면 엮어지는 세상사 온갖 근심걱정 다 잊어버리고,

홀가분한 가슴으로 걸어가는 이 길이 바로 에덴으로 이어지는 길일 것이다.

 

후덥지근하다.

까만 밤하늘에선 비라도 한줄금 내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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