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열한시가 가까워온다.
오늘도 여느때와 같이 한 건하려고 길을 나섰다.
우리 집 다음 다음 다음 다음 집이 최정린 시인댁이다.
최 시인 집을 돌아 영주교회 앞에서 자전거를 세웠다.
커피한잔 마시며 쉬어가기 위해서다.
교회로비 커피자판기에서 커피한잔을 뽑아와 콘크리트울타리에 엉덩이 붙이고 걸터앉아,
먼 하늘 올려다보며 훌쩍훌쩍 마신다.
느긋한 순간이다.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는 천금같은 시간이다.
'내가 자연이고,자연이 곧 나다!'라는 '인즉자(人卽自), 인내천(人乃天)' 사상은 도가(道家)에서만이 아닌,
동학도의 사상이기도 했고, 그 옛날 미국 서부의 인디언부족추장이었던 시애틀의 사상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다보니 커피한잔이 동이나버렸다. 쉴만큼 쉬었으니 길을 떠나자.
'그래, 오늘은 구역거리를 취재해보자.'
그렇게 맘먹고 구역거리를 향해 치닫는다.
기독병원을 지나 서천교방면으로 조금쯤 올라가서 오른 쪽으로 방향을 틀면,
'옛 영주역터'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듬직한 바위와 만날 수 있다.
그 옛날 기차역이 있었던 구역(舊驛)자리다.
구역거리는 1975년 겨울,
내가 영주에 첨 왔을 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게 없었다.
이층 목조왜식건물도, 양조장 건물도, 옛날 그대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거리가 깨끗해졌다는 것과 점포의 업종이 많이 달아졌다는 것이다.
옛날엔 많이 북적댔을 거리가 요즘은 한산해졌다는 것도 달라진 풍물 중의 하나이다.
구역거리 중간쯤엔 영주FM방송국이 앉아있다.
영주FM방송국은 지역의 뉴스를 시민에게 알려주고 지역문화를 이끌어가는 시민의 방송, 음악방송이다.
사랑스런 후배글쟁이 정선남, 전영임 수필가와 김유미 시인이 소복히 들어앉아 얼굴 맞대고,
프로를 진행하는 시민에게 친근한 방송국이다.
나도 작년 9월에 정선남이 진행하는 '내고향 영주'에 게스트로 초대되어 DJ정선남과 함께
한시간동안 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들아가보려다가 수업중이라는 메모가 붙었기에 그만두었다.
집에 가만 죽치고 있었으면 이렇게 덥진 않을것을.
더위에 지쳐서 자전거핸들을 집으로 돌린다.
'오늘같은 날은 집에 가만 들앉아 있는 게 상팔자이려니.'라고 생각하며
집을 향해 부지런히 자전거페달을 밟아 된다.
아무리 그래도 볼것 다보고 한 건한 오늘은 소득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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