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2/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6. 10. 13:00

내 폰이 고장났다.

터치기능이 안 먹힌다.

그러니 화면 전환을 할 수 없고,

통화도 안 되고 글도 올릴 수 없다.

어제 하루는 그래서 무척 답답했다.


어제는 그렇게 지나갔다.

오늘아침, 아홉시가 넘자말자 늦은 아침먹고 서천 건너에 있는 LG전자 서비스센타로 직행했다.

찾아온 사유를 말하고 접수를 했다. 그리곤 조금쯤 기다렸다.

드디어 내차례가 왔다.

폰을 점검한 수리기사가 말했다.

"어르신, 터치기능이 고장입니다. 수리비용이 20여 만원 듭니다

오래된 폰이라 수리를 한다해도 또 다른 부품이 고장날 수 있습니다

교환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집에 가서 생각해보고 다시들리겠다며 가게를 나왔다.


내폰이 왜 고장이 났을까? 

올리는 글도 받아주고, 시도때도 없이 찍어대던 그 많은 사진도 수용하고,

동영상까지도 품어주던 내 폰이 왜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기능을 멈추었을까?

충견처럼 충직하기만 했던 내폰이 왜 고장이 났을까.

폰은 고장이 아니라 꾀병을 앓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기계라한덜 그렇게 부려먹으면, 혹사시키면, 배겨나 수 있겠는가,불평을 안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병난척하고 드러누워서, "에라, 나도 모르겠다!" 하고 시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

새폰으로 바꾼 뒤

고장 난 구폰 데리고 나가

막걸리 한 됫박 나눠마시며 환송연이라고 열어줘야겠다.

"여보게 고마웠네, 자네가 곁에 있었기에 외롭지 않았네.

볼품없는 늙은이랑 희노애락을 함께 해줘서 진정 고마웠네, 잘 가시게나!"

라고, 환송인사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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