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땅도 온통 잿빛이다. 하늘은 잔뜩 흐려서 그렇고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는 아스팔트 빛깔이 짙은 회색이라 그러할 것이다.
하늘과 도로의 빛깔처럼 날씨 또한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분위기가 머잕아 추위를 몰고올 기세다. 이제 곧 김장도 해야하고 장농 깊숙이 갈무리한 겨울입성도 꺼내어 본격적인 추위에 대비를 해야할 것이다.
예전엔 이맘때면 지붕도 새이엉으로 다시 덮고 울타리 곁이나 채마 한 가녁에 구덩이를 파고 무 배추도 갈무리를 했었다.
시내에 있는 선배 집에서 놀다가 어두워질 무렵 집에 들어 왔더니 집사람이 저녁으로 식은 밥과 갱시기를 차려왔다. 따근한 갱시기에 식은 밥을 넣어서 흘훌 퍼넣으니 땀이 흠뻑 난다.
우리 집엔 이처럼 갱시기가 식탁에 이따금 올라온다.
옛날에는 걸핏하면 저녁식사로 갱시기를 먹곤 했었다. 그런 갱시기가 젊은이들은 먹지도, 먹을 줄도, 모르는 나이든 노인네나 먹는 전설속의 먹거리가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이다.
'탁배기라도 한 사발 마셔가며 전설속의 그 옛날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라는 객적은 상상을 하며 실없이 한 번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