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어떤 데이트1/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2. 11. 11:00

 

 

 

 

 

 

 

 

 

 

 

 

 

 

요즘 며칠 들어 집사람과 마찰이 아주 잦아졌다.

 

어제도 집사람과 티격태격했다. 다툼은 늘 그랬다. 사소한 일에서 번지기 시작했다.

 

나이들고부터 집사람 잔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내의 적당한 잔소리는 남편에겐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한다.

 

그럴 것이다. 자기반성의 동기부여도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집사람의 잔소리는 그게 아니었다. 시도 때도 없이 해대는 잔소리는 나를 힘들게 할 뿐이었다. 아내의 잔소리포는 늘 나를 향해 정조준되어 있었다.

 

어제만해도 그랬다. 집사람 얘기는 이랬다.

 

"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당신의 건망증은 컴퓨터 때문이라오. 온종일 컴퓨터와 살다시피 해서 그렇단 말 이우."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자다가 새 따먹은 소리 하네!"

 

그렇게 반격을 가하자 집사람은 눈에 불을 켜고, "내가 뭘?" 하며 눈을 치켜뜨고 덤벼들며 본격적인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빌어먹을, 자기가 늘 앉은뱅이책상, 내 노트 북위에 손바닥만 한 폰 얹어놓고 카카오스토린가 뭔가에 빠져 온종일 희희닥거리면서."

 

그렇게 시작한 싸움은 내가 잘했다느니 니가 아주 못했다느니 하며 반시간 가량 이어졌으나 늘 그랬듯이 무승부로 판막음이 되었다.

 

'글 쓰는 작가에게 컴퓨터를 멀리하라니. 도무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젊을 적에 꽉 잡아 놓는 긴데.'

 

 

 

"나가세."

 

싸움판이 그렇게 판막음이 되자 집사람을 쳐다보며 운을 뗐다.

 

"어델?"

 

"밥하기 싫다메, 밥 먹으러 갑세."

 

집사람은 근래 들어 하루 세끼 밥 끓여먹는 유세(遊說)를 다락같이 해댔다.

 

'내참 더러버서!'

 

 

 

홈 프라스 이층, Gogo함박식당엔 손님이 제법 많았다. 우리 내와 같이 늘 수구레 한 노인네도 어쩌다 눈에 띄었다.

 

나는 낙지볶음밥을, 집사람은 된장찌개를 시켰다.

 

맞은편 테이블엔 젊은 애기 엄마가 유치원에 다니는 듯한 딸내미 입에 밥을 떠먹여 주고 있었다. 아이는 입을 납죽납죽 벌리며 엄마가 떠먹여 주는 밥을 잘도 밥아먹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미 제비가 물고 온 벌레를 조그만 노란 입을 딱딱 벌리며 납죽납죽 받아먹는 새끼 제비 같았다.

 

어제도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수채화 한 폭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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