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골목길 야경/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2. 7. 23:26

 

 

 

 

 

 

 

 

 

 

서울에 살고있는 고향친구에게 송금할 일이 생겨 밤열시쯤에 주섬주섬 옷을 줏어 입고 대문을 나섰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늦은 밤에 가요. 낼 날새면 밝은 날에 가지!" 집사람 목소리가 멀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골목길 이곳저곳을 스케치 해보았다.

영구교회 첨탑꼭대기에 빨간 십자가가 우뚝 솟구쳐있고 최 시인댁 거실의 불빛을 오늘밤도 가물가물하다.

최시인 내외분은 손주들 뒷바라지하러 한양올라간지 이미 오래다. 눈에 안띄는 걸 보니 설도 한양서 쇤 모양이다.

저 높은 곳에 계시는 하느님! 왜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나쁜, 아주 지독히 나쁜 사람에게 주신 자유의지를 거둬들이지 않으십니까?

인간이기를 스스로 거부하는 그런 자들에게도 그렇게 평등하셔야 하나이까!

주황색 가로등은 밤이 깊을수록 눈부시게 밝아진다.

눈 부릅뜨고 불침번 서느라고 밤을 지새는 저 가로등님들, 그대들 고생 덕분에 우린 오늘밤도 발 쭈욱 뻗고 잘 수 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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