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3/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1. 6. 15:36

당신의 몸 불살라

온 세상 모든 생명체에게

밝은 빛과 따사로운 볕을 내려주시는

당신은

성자십니다

 

구도자에게도

파지 주어모으며 고달픈 생 이어가는

허리굽은 할머니에게도

자고나면 내편 니편 판가름하며

입에 거품물고 쌈질해대는 사이비 정치꾼에게도

그 무섭다는 조폭들에게도

책가방 등에 둘러매고 깔깔깔 웃어대며 걸어가는

예쁜 여학생에게도

사악한 독사에게도

한치의 차이 없이

당신께서는

당신의 몸을 불살라 얻은 빛과 열을

내려보내주십니다

 

당신께 여쭤봅니다

'왜 사특한 무리에게도 당신의 몸을 불태워 얻은

밝은 빛과 따사로운 볕을 나눠주시느냐'고.

당신께선 분명 이렇게 대답하실테지요

"에그, 김 선생! 타고난 팔자를 어찌합니까

천성이 그런걸 어찌한답니까"

 

깊게 드리워진 커튼 사이로 당신의 하얀 빛이 파고듭니다

지금 껏 당신의 고마움을 잊고 살아왔습니다.

지독한 독감에 걸려 끙끙 앓으며 이불뒤집어 써고 누워있는동안 문틈으로 고갤 쏘옥내민

햇살이 일러줬습니다

'은혜를 모르면 짐승만도 못하다고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행(同行)7/문경아제  (0) 2019.03.12
아이들 자유를 잃다/문경아제  (0) 2019.01.06
천생연분/문경아제  (0) 2019.01.06
그 애들은/문경아제  (0) 2018.12.09
물레방아/문경아제  (0) 2018.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