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9. 1. 6. 12:54

낮 열두시 이십여 분

겨울날씨 답잖게 햇살이 따사롭다

눈부신 햇살은

그 옛날 우리집 할머니 머리카락처럼

새하얗고

명주고름만큼 곱다

 

이 햇살 고운 날

우리 내외는 독감으로,

감기로,

자리보존하고 누웠다가

내가 먼저 일어났다

 

나는 먹어가며 앓았지만

아내는 어제 아침먹은 뒤로 속이 부대낀다며

물 몇모금 마신 것밖에 없다

오후엔 당번병원 알아내어

링겔 한 병 맞치고 와야겠다

 

요럴 땐 멋대가리 없는 아들보단

애비를 빼닮아 성정머린 고약해도

뒤끝없이 싹싹한 시집간 딸아이가 그립다

 

부부는 오랜 세월

한이불 덮고 자다보면 성격조차도

닮아간다지만

빌어먹을

아픈 것까지 닮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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