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열두시 이십여 분
겨울날씨 답잖게 햇살이 따사롭다
눈부신 햇살은
그 옛날 우리집 할머니 머리카락처럼
새하얗고
명주고름만큼 곱다
이 햇살 고운 날
우리 내외는 독감으로,
감기로,
자리보존하고 누웠다가
내가 먼저 일어났다
나는 먹어가며 앓았지만
아내는 어제 아침먹은 뒤로 속이 부대낀다며
물 몇모금 마신 것밖에 없다
오후엔 당번병원 알아내어
링겔 한 병 맞치고 와야겠다
요럴 땐 멋대가리 없는 아들보단
애비를 빼닮아 성정머린 고약해도
뒤끝없이 싹싹한 시집간 딸아이가 그립다
부부는 오랜 세월
한이불 덮고 자다보면 성격조차도
닮아간다지만
빌어먹을
아픈 것까지 닮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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