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3학년 때였습니다. 늦가을이었습니다.
어머니 장보따리속에 푸르스럼한 내복이 들어있었습니다. 내복은 한벌이 아니고 달랑 윗도리 하나였습니다.
이튿날 서리아침에 그 내복만 걸치고 학교에 갔습니다. 새옷이라고 좋아라하면서 콧노래를 부르면서 갔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에덴의 시절이었습니다. 걱정근심 많은 요즘에 비하면 가진 것은 별로 없이 살았지만 그때가 참으로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아이들 다 키우면 걱정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시집 장가 안가 걱정, 결혼한 아이는 사는 게 시원찮아 걱정, 걱정에 묻혀 사는 게 부모인 것 같습니다.
해주는 밥먹고 책보 매고 타박타박 걸어서 학교다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갈 수만 있다면 억만금을 주드라도 그렇게 돌아가고 싶습니다. 모든 것 다 뿌리치고 하늘과 바람과 별이 머무르는 에덴의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