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목고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5. 11. 10. 11:50

 

젊은 시절, 어느 해 가을이었다. 고향집에 다니러 갔다가 영주로 돌아오려고 목고개에 서서 점촌행 버스를 기다렸다.

미낭굴들에 벼가 누렇게 익어 가고 길옆 고추밭엔 고추도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버스가 올라오고 있었다. 굼실굼실,부릉부릉 버스가 올라오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을 하고 올라 타려는 찰라 어머니가 냉큼 다섯 살배기 선아를 낚아챘다. 미리 짜여진 각본이었다.

버스는 흙먼지를 뽀얗게 뿜어대며 떠났고 차창너머로 할머니 등을 조그만 주먹으로 팡팡 두드려 대는 딸내미가 보였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아내의 눈가에 맺혀진 하얀 이슬방울을.

애물단지 딸아이가 훌쩍 마흔을 넘겼다.

가을은 참 고약한 계절이다. 나이 던 노인네의 눈에 눈물을 비치게 하는 그런 계절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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