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해님이 주무신다/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2. 28. 10:15

 

 

 

 

 

어제는 온종일 바람이 불어댔다.

바람은 온 세상을 다 날려버릴 듯이 미친듯이 불어댔다. 바람은 지치지도 않았는지 밤새워 불어댔다.

어제아침, 이곳 소백산 아랫고을 영주의 아침기온은 영화11°였다.

겨울날씨는 좀 춥다해도 바람만 자면 견딜만하다. 그러나 어제는 영화10°를 오르내리는 기온에 칼바람까지 불어대니 그야말로 혹한이었다.

 

자고나니 세상이 바뀌었다.

미친듯이 설쳐대던 바람은 제풀에 꺾여 소백산 깊은 골짝으로 숨어들었는지 조용했다. 하긴, 밤을 새워서까지 그렇게 설쳐댔으니 아무리 정신나간 미친광풍(狂風)이라한들 맥이 풀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잔다.

바람도 자고,

하늘에 떠있는 태양도 잔다.

태양은 빙그레 웃으며 잔다. 밝은 빛과 따뜻한 볕을 지상으로 쏟아부으며 빙그레 웃으며 잔다. 아니 주무신다.

햇살 찬란한 아침이다. 참으로 좋은 아침이다.

세 세상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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