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민들레1/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1. 16. 10:29

 

 

서러워서

피었느냐

쌀쌀한 이 晩秋에

진정 서러워서

오백 원짜리 동전만큼밖에 안 되는

네 조그만 꽃을

피웠느냐

 

뭣이 그리 서럽단말이냐

해돋는 동녘땅 코리아에

그 어느 누가

널 오라고 초대하였더냐

배밑창에 숨어들어 밀입국한 주제에

뭣이 그리 서럽단말이냐

 

몰래 숨어들었으면

쥐죽은 듯 조용히 살일이지

그렇게 아양떨어대며

요사스럽게,

밉상스럽게,

비열한 웃음 흘리고 있느냐

이땅의 주인이었던 정통민들레를

깊은 산골짝으로 쫒아버리고

무엇이 좋다고 그리 웃고 있느냐

 

요사스런 그 웃음 그쳐라

얼어버린 너의 몸

따사히 녹게,

서러운 맘 들지않게,

폭넓은 가슴에 너를 꼭

안아주려니

너도 한떨기 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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