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사노라면1/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0. 19. 12:38

 

 

 

 

 

 

 

 

 

 

-병원에서

차일피일하던 건강검진을 더 미룰 수가 없어 아침 아홉시쯤에 집을나섰다.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럴것이다. 경찰서와 병원은 평생 안가도 가보고 샆은 맘이 안든다고.

병원에 도착해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는데 다섯살쯤된 꼬마도령이 앙앙울어댄다. 꼬맹이 울음소리에 병원은 떠나갈듯했다. 엄마와 간호사가 아이를 얼러느라 정신이 없다. 꼬맹이는 주사를 맞고 있었다.

아이들은 뉘집 아이건, 병원에만 갔다하면 우선 울기부터한다. 병원에 들린 아이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주사바늘이고 그담이 의사선생님이다.

점촌에 사시는 둘째 누님의 둘째 아들 용두는 어릴 적, 한고집하는 꼬맹이었다.

여섯살때였을 것이다. 봄 몇달을 외가인 우리 집에 와 있었다.

녀석은 봄감기라도 들었는지 콜록콜록했다.

아버지는 외손자 손을 잡고 읍내 병원엘 가셨다. 병원문앞에 들어서는 순간 녀석은 외할아버지 손을 훽 뿌리치더니 삼심육계를 놓았다고했다. 아버지가 집에 도착하보니 꼬맹이는 어느새 집에 와있더란다.

며느리와 네살배기 손녀를데리고 친구가 병원에 갔다고했다. 꼬맹이 손자의 오른발 엄지발가락에 박혀있는 티눈을 뽑으려고 병원에 들렸다고 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선생님이 들이닥치자 혼겁을 집어먹은 친구 꼬맹이 손자는 이러더라고 친구가 전했다.

"엄마, 엄마아! 빨리 앵앵 불러."

의사는 나쁜 사람이니 경찰아저씨 불러 잡아가려는 뜻이렸다. 고얀놈 같으니라고.


복도 저편에 내가 일하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 동우가 보였다.

꼴이 수척해보였다. 웬일이냐고 물어보았더니 동행한 부인이 이렇게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더니 속이 메스껍다하고 토하고 해서 병원에 왔니더. 사진 한 번 찍어보려고요."

건강했던 친구였는데 큰병아니기를 기원해본다. '친구야, 아프면 안된대이. 그저 건강하거래이.'


그럭저럭 검진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대장내시경은 변검사결과보고 받기로하고.

검진결과가 좋길 기대해본다. 하긴 말라비틀어진 몸인데 그렇게 좋을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기댈 걸어본다.

 

-갈하늘

하늘이 참 해맑다.

너무 맑고 고와 폰을 들고 골목길에 나섰다.

영주교회 가근방 골목길과 친숙해진지도 어느새 32년이 됐다. 우리 집은 1986년 5월, 꽃동산 뒷골목에서 이 골목 영주교회 앞으로 이사를 왔다. 그러고보니 나도 어느결에 일흔이 넘어섰고 우리골목의 왕고참 어른이 되었다.

영주교회를, 교회앞 큰길을, 교회에서 올려다보이는 해맑은 갈하늘을 폰에 담아본다.

빨간 고추잠자리도 함께 담았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눈에 띄지 않는다.

 

-집사람

집사람이 잔다.

내곁에서 폰을 만지작거리던 집사람이 어느새 잠이 들었다.

오늘 점심은 두어시는 되어야 먹을 것 같다.

집사람은 걱정이 많다. 집사람이 걱정이 그리 많은 것은 건달 남편을 둔 덕분일게다.

그래서 난, 아내 앞에만 서면 늘 작아진다.

내가 큰소리 칠 때도 있긴 있다. 바로 요를 때다.

"여보게, 내 작품 대박나면 고료는 전액 당신 줄게."

그러면 집사람은 이런다.

"코 같은 소리!"

하긴, 한해 두해 속고살았나.

'이런 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행5/문경아제  (0) 2018.10.22
갈하늘/문경아제  (0) 2018.10.19
큰 손녀딸 신우/문경아제  (0) 2018.10.13
태양2  (0) 2018.10.11
자고가는 저 구름아3/문경아제  (0) 2018.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