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자고가는 저 구름아3/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0. 11. 13:15

 

어제 오후3시 40여 분, 퇴근길에 나선 우 여사와 무지개아파트가 집인 이 여사가 초소에 들렸다갔다.

우 여사 손에는 어묵과 국물 한 사발이, 이 여사 손에는 소주 한병이 담겨 있는 까만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이거, 야가 샀어요. 내가 돈내려 했는데 야가 먼저 냈거던요. 오늘 고생하셨어요.

출출하실텐데 오뎅 드시고 소주도 한잔 하세요."

그렇게 말하며 우 여사는 소주 한잔을 따뤄더니 권했다.

"야야, 우리도 한잔하자!"

우리 셋이는, "아자!" 를 외치며 잔을 부딪쳤다.

우 여사가 말했다.

"김 주사님, 오늘 진짜 고생하셨니더. 저 웃동네 권 주사님하고 중간동네 이 주사님도 고생하셨지만,

그 두분은 건강하니 그래도 덜 하니더. 몸 약한 김 주사님이 죽을 뻔하셨니더.

김 주사님 , 얼굴이 하야니더. 한 잔 더 하시소."

그렇게 마신 술이 내가 넉잔, 우 여사와 이 여사가 각 두 잔이었다. 소주 한병은 그렇게 동이났다.

"김 주사님, 쓰러지면 안 되니대이. 그러만 제가 잡혀가니대이."

"염려마소. 아무리 몸이 약해도 소주 네잔에 픽 쓰러릴 내가 아닐시더."

우 여사와 이 여사는 나와 같은 직원이다. 흔히 청소아줌마라고 하는 환경담당 직원이다.

두 여자분은 우중충한 초소에 이웃의 정을 남겨두고 자기네들 집으로 가버렸다. 

 

어제 오전 11시쯤에 8톤덤프트럭이 흙을 한차 싣고 왔다. 고집센 트럭기사는 싣고 온 흙을 엉거주춤하게 부려놓고 가버렸다.

작업하기 좀 쉽게 적당한 위치에 부려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달구지 근성(根性)은 참으로 고약했다.

그 많은 흙을 마트 뒤 공터로 다 퍼날랐다. 한삽한삽 떠서 수레에 실어날랐다.

작업은 오후에도 이어졌다. 흙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때 내가 말했다. "나머지는 내일 조(組)로 넘깁시다." 동회장은 들은척도 안했다. 재차 말했다. "나머지는 낼 조로 넘깁시다. 일은 시키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공정해야될게 아니우? 칼로 두부모 자르듯이 그렇게는 못한다해도."

이제 갓 오십줄에 들어선 동회장은 일에 걸신(乞神)들린 사람처럼 삽질만 해댔다. 동회장은 웬일인지 내일조는 감싸주기만 했다. 그런 모습이 일할때면 눈에 훤하게 보였다.

저쪽조 박 주사에게는 말도 아주 고분고분하게 하곤했다. 공개된 장소에서 나누는 전화소릴 들었기에 난 알고있었다.

흙이 사분의 일로 줄어들자 나머지는 내일 한다며 그제서야 동회장은 삽을 놓았다.

조선천지 어느 아파트이던 아파트는 동회장 공화국이다. 아니, 공화국이 아니라 왕국이다. 동회장은 하고자 맘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다한다. 누구의 제재(制裁)도 간섭(干涉)도 받지 않는다. 아파트에서는 동회장 말이 곧 법이다.

그런데 사단이 벌어졌다.

오후엔 중간동네에서 일하던 권 주사와 이 주사가 하던일을 다 마쳤는지 돌아왔다. 두 사람은 손수레에 흙을 퍼담기 시작했다. "얼씨구 잘됐다!" 싶었을 것이다. 동회장은 속으로 그렇게 쾌재(快哉)를 부르고 있었을 것이다. 내일 한다는 작업은 다시 이어졌다.

입빠른 11통 여통장이 지나가면서 말했다. "그 많던 흙이 거의 다 없어졌네. 손으로 다 옮겼네. 경비아저씨들 반잡아놓았구먼."

 

8톤 트럭에서 부려놓은 그 많은 흙은 다 치워졌다. 마트 뒤 공터는 130cm쯤 높여졌고 화단이 만들어졌다.

1956년 일으난 북한의 천리마 운동에 참가한 작업반원처럼 열나게 삽질하는

50대 초반 동회장과 보조맞추느라 일흔이 넘은 노인네들이 고생을 했다.

권 주사와 이 주사는 체력이 뒷받침되어 힘은 좀 들었겠지만 몸에 무리는 안간 듯했다.

허나 몸이 약한 나는 곤욕을 치뤘다. 

지나가는 주민들이 말했다.

"저렇게 화단 맹그러 노으니 참 좋네."

세탁소 조 사장이 맞받았다.

"경비 아저씨들 반 잡았지 뭐!"

 

일은 뼛골 안빠지게 적당하게,

세상은 공평하게 돌아가면 더할나위 없이 좋고,

조직의 리더가 지(知), 신(信), 인(仁), 용(勇), 엄(嚴)을 두루 갖추었다면 그 조직의 구성원은 신바람이 날 것이다.

그런 리더는 직장내에서 존경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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