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너무 기교(技巧)있게 해도 밉상스럽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이 입에서 나오는대로 툭툭 뱉아버려도 꼴불견이다.
집사람 친구 중에 뚝배기장수 같은 여자분이 있었다.
집사람도 그 친구분을 나이든 요즘들어서는 잘 만나지 않는 것 같다.
사오십대 젊었을 땐 그 여자분으로부터 전화가 어지간히 걸려왔었다. 내가 받을 때도 많았다.
"여보세요?" 하고 전화를 받으면 들려오는 얘기는 이랬다.
"그 집 어마이 있니껴?"
인사고 뭐고 없었다.
'선아 아빠 안녕하세요? 명훈이 엄마예요. 선아 엄마 있어면 좀 바꿔 주세요.'
친구 남편이 전화를 받았다면 그렇게 얘기하는게 일반적, 통상적 전화예절일 것이다.
"예, 기다리세요. 바꿔드릴게요." 그렇게 얘기하며 집사람을 바꿔주곤 했었지만 기분이 아주 틀어져버리면 이렇게 받기도 했다.
"우리 어머이요. 돌아가신지 이미 오래 됐니더."
그러면, 눈치없는 명훈이 엄마는 또 이랬다.
"아니요. 그 어매말고 선아 엄마요!"
세월이 많이 흘렀다.
우리 내외도 일흔이 넘었고 집사람보다 세살 적은 명훈이 엄마도 일흔이 코 앞에 다가선 예순여덟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이젠 좀 나아졌을 것이다. 대화의 기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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