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픽션

자고가는 저 구름아/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9. 22. 21:13

 

 

 

 

내일 모레가 추석인지라 쓰레기장엔 쓰레기가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

 

파지와 종이상자, 선물상자도 태산처럼 쌓인다. 치우고 치워도 끝이 없다. 무엇을 버리고 갔는지 돌아볼 겨를이 없을 때도 있다.

 

"그렇게 버리면 안돼요!" 해도, 듣는둥 마는둥 파지 담아놓은 종이상자에 온갖 쓰레를 쏟아놓고 가시는 할머니도 있다.

 

물론 분리수거를 하는 입주민들도 간혹 있지만, 많은 이웃들이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으니 문제다. 쓰레기종량제가 시행된지가 10년도 넘은는데도 말이다. 버리고가는 뒷모습을 살펴보면 나이 많으나 적으나 배운이나 조금 덜 배운 듯 보이는 이웃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지난 여름 어느 날 오후였다. 쓰레기장에서 파지를 정리하고 있는데, 젊은 새댁이 파지 한아름을 안고 왔다. 그리곤 내게 물었다. "어르신, 이거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해드리면 어르신 힘이 덜 들까요?"

 

"예에? 그냥두고가요. 내가 정리할게요!"

 

"아니예요. 어르신 고생하시는데 도와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요렇게 하면 되나요?"

 

그렇게 말하며 고 조그만 발로 들고 온 종이상자를 톡톡차며 분해를 하는 게 아닌가.

 

"새댁, 맘써지 말고 그냥두고가요. 늘상하는 일이래요."

 

"에그, 어르신! 그러심 그냥 올라갈게요."

 

새댁은 생긋 웃더니만 쓰레기장을 나가버린다.

 

그렇게 새댁은 가버렸는데 퀴퀴한 냄새가 나던 쓰레기장에 은은한 찔레꽃내음이 풍겨오기 시작했다.

찔레꽃 진지는 오래되었는데 말이다.

 

 

 

인생은 자고 가는 구름이다. 그대도, 나도, 하늘에 뜬 자고가는 구름이다.

 

칠십 대인 내가 서산마루에 걸린 구름이라면,

 

오십 대인 그대는 스무발짝 뒤에 떠있는 뭉게구름이다.

 

그대가 아무리 아파트의 제왕이라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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