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가족2/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8. 22. 21:23

맨첨 이집으로 이사왔을 때, 전에 살든 사람들이 집 뒤안에 단지를 묻어두었다고 한다. 집사람이 매매계약을 끝내고 집을 빙 한바퀴 둘러보았을 때, 땅속에 묻혀있는 단지를 보았다고했다.

집사람이 그댁 아주머니께 말했다고한다.

'단지 꺼내면 뻐꿈해 보기싫으니 단지값 쳐줄테니 단지 파내가지 말라고.' 그랬는데도 막상 이사를 와보니 단지는 꺼내갔고,그 자리에 판자를 덮어놓았다'고 집사람은 궁시렁거렸다.

이사오고나서 얼마 지난뒤 판자를 들쳐보았더니 왠걸, 조그만 새끼 두꺼비 한마리가 눈을 껌벅이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새끼두꺼비는 귀여웠다. 왜냐고? 새끼니까!

그 옛날, 아버지께서는 말씀하셨다. 망아지 빼놓고는 새끼는 다 귀엽다고.

얼마뒤 판자를 들쳐보았더니 두꺼비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보금자리를 사람에게 들킨것이 불안했던 모양이었다. 우린 가족이라 생각했는데, 두꺼비는 사람의 맘을 공감하지 못한 것 같아보였다. 서운했다.

 

오늘낮에 집사람이 말했다. 목욕탕에 뛰어다니던 귀뚜라미가 어느결에 방에서 보이더라고.

내가 말했다

"발 달린 귀뚜라미가 어딘들 못가누. 가족인데 방에 들어온들 어찌 탓하랴!"

 

마흔두평 하늘아래 앉아있는 우리집 울타리안에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우리 가족이다. 귀뚜라미도 두꺼비도, 그르마도, 여치도, 지렁이도. 바퀴나 모기는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족에게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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