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도 맞지 않는 부엌문
가만히 열리면
밤새 오락가락하던 쥐새끼만 멀쩡히
아침안부를 한다
대소쿠리는 언제나 궁색함으로 묵직하고
간장물 한 사발로 속을 들이키니
배고픔은 속에서 잠잠히 죽어간다
타닥타닥 아궁이 불씨만
가난 태우듯 온기를 붙들고
무딘 칼날 호박하나 깎을 수 없는 풍경은
나날이 야위워간다
초가집 부엌은
팔남매 배고픔으로 가득 들어찬
혹여라도
저 눈망울들 별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뭉클한 아픔만 흔들리며
부뚜막에 오른다
그래도 고마운 수확이라 듯
세월이라도 썰고 다듬어며 달빛이라도 쌓아가는
까막눈 촌부는
풍성한 궁핍을 부엌에서 읽어간다
블로그에 올리려고 희영씨에게 시 한 편을 보내달랬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시라며 선생님께 살짝 보여드린다며 메일로 보내왔다.
그 좋은 시를 읽고나서, 그만 키 하나 잘못 눌러 날려버렸다. 아까웠다. 나이들면 이따금 실수를 한다. 누구나?
아닐 것이다. 나처럼 어벙한 사람이 아니라면 실수가 그렇게 잦진 안을 것이다. 하기야 그 실수라는 것도 자연의 섭리인 것을.
재송고해 달라는 게 미안해서 카페에 들려 희영씨 시를 찾아보았다. 너나 없이 궁핏했던 시절, 생존의 기로에서 허덕일 때의 참담한 현실을 형상화한 '그 보릿고개' 를 날려버린 시대신 내블로그에 옮겨오기로 했다. '희영씨! 미안하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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