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소설

참새모녀/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8. 9. 20:34

 

 

 

오늘 아침엔 소장이 결근해서 아침 9시에 하는 직원회의가 없었다.

왼손엔 쓰레기통을 오른손엔 집게를 들고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려고 나섰다.

구름이 끼어있고 아침이라 그렇게 덥지도 않았다.

초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702동5,6라인 뒤 공터에 풀이 제법 자랐다. 두고보기가 뭣했다. 해서, 쭈구려 앉아 풀을 뽑기 시작했다.

저쯤 감나무에 참새 두 마리가 재잘거리고 있었다.

어미참새와 새끼참새였다.

새끼참새가 어미참새를 쳐다보고 재잘댔다.

"엄마, 저 평씨 아저씨 풀뽑네. 더운데 풀뽑네. 어제 일하던 맹씨 아저씨는 온종일 빈둥거리며 놀던데, 저 평씨 아저씬, 아침부터 일하네."

어미참새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얘야, 일을하다보면 조금 더하기도 하고 덜 하기도 한단다. 일이란 칼로 두부모 자르듯이 그렇게 반듯하게는 못한단다. 알겠니?"

"엄마도 참! 평씨 아저씬, 엄청 부지런한데 맹씨 아저씬 너무 농땡이니까 그렇지. 그라고 뻥이나 치고 다니니까 더 밉지. 맹씨 아저씨가 해놓은 일이 뭐유? 지난 6월엔가 예초기 한번 돌렸고, 나무전지한것밖에 더 있수. 그리고나서 지금까지 풀한포기를 뽑았수. 담배꽁초를 한개 주었수. 전지야 자기가 좋아서 하는일, 해도그만 안해도 그만 아니우. 그런데도 온동네방네 싸돌아다니면서 평씨는 일 한개, 한것 없고 전부 자기기 했다며 떠들고 다니니까 밉상이지. 그라고 난 맹씨 아저씨가 경비반장이란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우. 반장이면 모범이 되어야할게 아니우. 엊그제는 맹씨 아저씨가 모아놓은 고물 의자 네개와 케케묵은 유무차를 손수레에 싣고 평씨 아저씨가 쓰레장에 내다버리는 것 엄마도 봤잖우. 네행부나 했잖수."

"얘야, 참슬아!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란 그렇게 이해가 안되는 일도 버젓이 돌아간단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만물의 영장' 이니 뭐니 하면서 대단한줄 알지만 알고보면 불쌍한 족속들이란다. 여름이 이케, 더운것도 다 자기들 더 편하게 살려고 하다가 얻은 결과란다. 우리 참슬이가 어느새 엄마도 몰라보리만큼 많이 자랐구나. 우리 참슬이 이제 시집가도 되겠구나."

"엄마아!"

"시끄럽다. 평씨 아저씨 일하시는데 방해될라. 가자구나."

"푸릉!" 참새모녀는 초소건너 공원으로 날아갔다.

하늘엔 구름이 잔뜩인데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는다. 너무 가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