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간 재률이를 기다리며 엄마가 아파트벽에 붙어 서있다.
버스가 온다. 재률이를 태운 쬐끔한 노란 버스가 오르막 길을 올라서서 아파트마당으로 들어선다.
버스에서 내린 재률이가 엄마가슴에 안겨있는 꼬맹이 동생, 재범이를 보고 깔깔 웃는다. 세살배기 꼬맹이 동생 재범이가 제딴엔 좋다고 "깩깩!"맞고함을 지런다. 아프리카 열대우림에 사는 원숭이도 신이 나면 저렇게 깩깩거릴 것이다.
달린다. "쌩쌩쌩!" 달린다. 재률이가 달리자 재범이를 안은 엄마가 아이를 뒤따르며 이를 앙다물고 달린다.
찬 바람이 불어온다. 차거운 겨울바람이 쌩쌩쌩 불어온다.
차디찬 겨울바람 속을 세 모자가 달린다. 바람과의 시합이다.
"아무리 추워도 우린 추운 줄 몰라요!"
세 모자는 바람에겐 질 수 없다고, 앞서 가겠다고, 얼음을 지치는 아이들 썰매처럼 쌩쌩쌩 달려간다.
뒤쫓던 바람의 탄식소리 들린다.
"아뿔사, 한 걸음 늦어뿌렸네. 재률이 모자 날려버릴라 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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