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소설

저녁노을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2. 24. 11:20

 

 

 

 

 

서쪽하늘에 저녁놀이 떴다. 곱다. 참 곱다.

어느 여름날, 손녀딸 손을 잡고 서천 강언덕에 섰다. 서쪽하늘엔 저녁노을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할아버지 저게 무어야?"

 

빨갛게 타오르는 저녁놀을 가르키며 손녀딸이 물었다.

 

"저녁놀이란다."

"저녁놀! 할아버지, 저녁놀도 자아?"

"그럼, 저녁놀도 우리 신우처럼 잠을 잔단다."

 

'에그, 귀여운 내 새끼!'

손녀딸을 번쩍 치켜올려 꼭껴안고 팽그르르 맴을 돈다.

할아버지와 손녀딸이 한데 얼려 뱅글뱅글 맴을 돈다. 샘이 나서일까 지구도 따라서 빙글빙글 맴을 돈다.

초저녁잠이 많은 저녁놀은 자러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네살이었던 손녀딸이 어느새 열 한살, 3월이면 초등학교 4학년이 된다.

곱디고운 저녁놀에게 부탁을 한다.

 

'저녁놀님, 저녁놀님! 우리 예쁜 손녀딸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게 도와줘요. 고 조그만 가슴에 품은 꿈 꼭 이뤄지게 좀 도와줘요. 저녁놀님"

 

'예, 그럴게요.할아버지 소망 이뤄지게 힘써볼게요.'

 

서쪽하늘에서 들려온다. 저녁놀님의 연분홍빛 목소리가 곱게, 곱게 들려온다.

저녁놀님목소리도 우리집 예쁜 손녀딸만큼 사랑스럽다.

 

'저녁놀님, 고마워요. 여름방학에 손녀딸 내려오면 '섬집아기' 동요 들려 드릴게요.

우리 집 손녀딸 신우는 '섬집아기'를 아주 잘 부른답니다.

여름날, 해저문 강 언덕에 서서 우리 집 손녀딸, 신우가 부르는 '섬집아기'들어봐요.'

 

엄마는 섬그늘에 굴따러 가고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배고 스르를 잠이 듭니다

 

아기는 쌔근쌔근 잠을 자는데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섬그늘을 달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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