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2/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5. 9. 15. 19:27

밤하늘엔 별들이 촘촘히 떠있습니다.

빠알간 아기별, 파아란 누나별, 샛노란 엄마별, 커다란 주황색 아버지별들로

빼곡히 들어찬 밤하늘엔 조약돌 한 알 올려놓을 자리도 없습니다.

 

앞산 위 동쪽 하늘엔 빛이 바래진 할머니별이

허리가 잔뜩 굽은 채 지팡이 짚고 엉거주춤하게 서 있습니다.

아들이 보고 싶어 사립문열고 나오신 어머니별입니다.

 

어머니!

24년 전 오늘,

당신께서는 밤새 내린 흰눈 밟으며

하얀 무지개 타고 별나라로 떠나셨습니다.

 

어머니! 이 밤도 아들은 일터에 나왔습니다.

집에서는 당신 손녀딸이

대문 활짝 열어놓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효자 애비를 대신해서요.

그러니 어머니, 아버지 손 잡고 그 옛날 장보따리 이고 목고개 돌아오실 때처럼

활짝 웃으며 다녀가세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을 죽도록 사랑합니다.

                 2015.1.1.(음)동짓달 열하루날.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생/문경아제  (0) 2015.09.15
목고개/문경아제  (0) 2015.09.15
시인은/문경아제  (0) 2015.05.30
고물상  (0) 2015.05.28
사우(思友)  (0) 201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