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初雨)11/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7. 27. 14:46

 

 

어머니,

그 옛날 어릴적

마당위에 펴놓은 멍석에누워서 당신과 함께 바라보던

여름밤하늘의 고운 별들을

이 아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월식날

달이 점점 쪼그라들어 없어지면,

그 못된 불개가 집어삼켜서 그렇다며

소반위에 정안수 떠 놓고 빌고 또 비시던

당신의 주름잡힌 두 손을

이 아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초여름,

보슬비 보슬보슬 내리던 날

울섶에 피어난

노란 호박꽃의 너넉한 가슴을

이 아들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오늘밤 별빛이 겁나게 쏟아지면

우리 집 옥상에 올라가봐야겠습니다

오욕五慾에 눈이 먼

이 아들의 눈엔 보이지 않겠지만

그래도 찾아보렵니다

당신께서 머무시는

파란 별집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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