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會食)/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7. 27. 09:06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인다

오랜만에 아파트 일꾼들이

한데모여

목구멍에 때를 벗긴다

회장님,

소장님!

회식열어주셔서

고맙습니대이

여태까지 이런 일 없었니대이


맹 주사가

감비어천가感飛御天歌를 불러댄다

속이 뒤집힌다

"여보시우, 맹 선배!

회식은

로마시대에도,

조선시대에도,

있었소.

우리 아파트에서도 이판돌이 동회장 되기 전까지는 있었잖소

로마는 회식으로 망했고,

조선은 회식으로 세상이 화합했소."


조선시대, '풀군먹이 날'은

온 마을의 잔치날이었다

풀꾼이 누구였던가

소풀베고, 

논갈고 밭갈던

머슴 아니었던가


이집에선

국수 한 버지기 삶아오고

저집에선

전 한광주리 부쳐오고

아랫담 배나무집에서는

막걸리 한동이 걸러서 내어오고


쿵작쿵작 쿵자작

풍물소리 요란하고

열두자 상모가 현란하게 돌아가고

징이 깨어지고

꽹과리가 박살난다

깨어진 징도

박살난 꽹과리도

머슴들을 원망하진 않았다

칠월 보름달은 둥실

중천에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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