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했다. 나와 청각 장애가 있는 여동생은 아버지가 키웠다. 아버지는 술에 취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친구들은 멍투성이인 날 얼룩이라고 놀렸다.
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출했다. 시장바닥에 떨어진 배추 잎으로 허기를 면했고, 불 꺼진 건물에 숨어 밤을 보냈다. 아버지에게 붙잡혀 집으로 가면 다락방에 갇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다. 영양실조로 몸이 약해 괴롭힘 당했고, 학습 능력도 떨어졌다.
공부에 흥미를 잃은 나는 만만해 보이지 않으려 나쁜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런데 어느 날 한 학생을 크게 다치게 해 경찰서에 갔다. 피해 학생 부모의 배려로 처벌은 면했으나 학교는 그만 둬야 했다. 그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검정고시를 준비해 중,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그러나 아버지의 도박 빚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빚쟁이에게 있는 돈을 다 줬다. 전셋집을 비우고 쪽방으로 옮겼지만, 그마저 월세가 밀려 언제 쫓겨날지 몰랐다. 모든 걸 포기하려니 여동생이 눈에 밟혔다. 공사장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다 순간의 잘못으로 이곳에 왔다.
어느 날, 면회 온 여동생을 만났다. 불편한 몸을 배려해 특별 면회가 주어졌다. 여동생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 냈다. 취직해서 사회생활을 하는 의젓한 모습에 어찌나 미안하던지. 내 손바닥에 "괜찮아." 라고 쓰는 여동생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나를 대신해 가장의 책임을 짊어진 여동생을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서기로 했다.
나는 지금 용접 자격 시험을 준비중이다. 지켜야 할 가족이 있고 아직 젊기에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련다. 어둡고 긴 터널도 결국 끝은 밝을 테니까.
▷위의 글은 한화생명에서 발행하는 '좋은생각' 2016년 8월호에서 모셔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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