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만추의 길목에서.1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5. 10. 29. 14:50

 

 

 

 

 

 

 

 

11시쯤에 집을 나섰다. 오다가다 보아둔 뉘집 담장아래 피어난 감국을 만나려고 자전거 핸들을 동쪽으로 돌렸다.

달콤한 향내에 끌려서일까 쬐그마한 꽃들엔 벌들이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담장아래 감국을 심어놓은 주인장은 가슴이 넉넉한 사람일 것이다. 고운 꽃과 달큰한 향을 지나가는 행인에게 저렇게 보시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제1가흥교 입구에 들어서서 시내쪽을 바라다본다. 절경이다. 파란 갈하늘 아래 고즈넉이 엎드려 있는 시내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멀리서 바라보는 시내는 잘그려진 한폭의 가을 수채화였다.

제1가흥교를 건너고 강변2차타운을 지나 오르막 길을 올라선다. 언덕 아래,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교회가 보인다. 어느 건축가가 디자인 하고 설계를 했을까? 참으로 아름다운 교회라고 탄성이 자아진다.

말라가는 옥수수가 덤성덤성 대궁에 붙어있다. 메밀대궁이 유난스레 붉다. 계절은 만추의 길목에 들어섰다.

감국이 있어야할 자리엔 칡넝쿨이 가득하다. 산언저리를 칡넝쿨이 모두 점령해 버렸다. 작년만 해도 그윽한 감국의 향기로 가득했던 곳이데 일년 사이에 저 모양으로 변해버렸다.어쩌랴! 그것은 자연의 법칙인 것을, 안쓰럽지만 우리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우주의 원리인 것을 그렇게 혼잣말을 되뇌이며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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