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셋방살이/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5. 10. 17. 11:00

 

 

이른 아침, 눈비비고 하는 출근에 비하면 밤열시에 하는 퇴근은 느긋하기 그지없다.

밤 아홉시 반쯤, 외곽도로와 아파트 단지를 둘러본 뒤 초소에 돌아와 퇴근 준비를 한다. 시건장치는 이상 없는지 창문은 꼭 닫았는지 수신기 상태는 정상인지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가며 퇴근준비를 한다.

초소문을 잠그고 퇴근을 한다. 그래, 오늘은 늘상 가는 길로 가지 말고 한 바퀴 빙 돌아 가보자. 그렇게 여유를 부려가며 한껏 멋을 부려본다.

영주여객 널따란 주차장에 50여 대의 버스가 서로 등기대고 자고 있다. 따근한 국밥에 막걸리라도 한사발 마셨는지 드렁드렁 코를 골며 세상 모르게 자고있다. '에그, 무척 고단했던 모양이네!'

자전거는 어느새 37년 전 셋방살이를 살던 동네를 찾아가고 있었다. 퇴근시 여유를 부릴 때면 찾아가는 동네였다. 저 앞에 보이는 빨간 간판이 달린 건물이 옛날엔 '루크 의상실'이었다. 저 건물을 지나 곧장 100여 미터쯤 가면 셋방살이 하던 동네가 나온다.

골목길이 넓혀지고 집을 다시 짓고 해서 그 옛날에 우리가 살던 골목은 잘 찾을 수가 없었다. 언젠가 집사람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주인집 아저씨는 열차승무원이었다. 야근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한잠을 자야했다. 그런 날이면 집사람은 젖먹이 곰돌이를 등에 업고 꼬맹이 공주님은 걸리고 제1가흥교를 건너 한절마보드장에 가서 놀다 오곤 했었다.

초등학교 2학년, 큰손녀딸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떼쟁이 막내 손녀딸이 춤추고 노래하는 동영상을 떠올리며 그 옛날, 셋방살이 하던 시절을 떠올려본다. 사는 것은 팍팍했지만 젊음과 낭만과 가슴엔 꿈이 도사리고 있었던 아련히 떠오르는 그 때 그 시절! 셋방살이 시절을 회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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