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 전, 나이 아홉살 때 입학한 초등학교는 경북 문경 가은에 있었던 '문양국민학교' 라고 하는 작은 학교였습니다. 지붕은 짚으로 엮은 이엉을 덮었고, 교실은 맨땅 위에 가마니를 깔아놓은 아주 가난한 시골학교였습니다.
아이들이 장난을 칠 때마다 교실엔 먼지가 자욱히 피어올랐습니다. 창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먼지알갱이는 반짝반짝 빛이 나곤 했습니다.
3학년 때였습니다. 가을 어느날, 담임선생님이 결근을 하셨습니다. 음악시간에 4학년 담임이신 강철원 선생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잘 생긴 얼굴에 훤칠한 키, 선생님은 참으로 미남이셨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선생님을 잘 생긴 총각 선생님이라고 했습니다. 모르긴 해도 선생님은 학교 가근방 동네에 살고 있었던 아가씨들 가슴 꽤나 설레게 하셨을 것입니다.
그날 선생님은 풍금을 치시며 우리 꼬맹이들에게 '귀뚜라미 우는 밤' 이라는 동요를 가르쳐주셨습니다.
귀뚜라미가 또르르 우는 달밤에
멀리 전학간 동무가 그리워져요
정답게 손잡고 뛰놀던 내 동무 그곳에도
지금 귀뚜린 울고 있을까.
귀뚜라미가 또르르 우는 달밤엔
만나고 싶은 동무께 편지나 쓰자
즐겁게 뛰놀던 지난날 이야기
그 동무도 지금 내 생각하고 있을까.
귀또리 우는 가을밤! 폐교가 되어버린 모교가, 함께 뛰놀던 까까머리 단발머리 동무들이,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지그시 눈을 감아봅니다. 메말라 버린 제자의 가슴을 촉촉히 적셔 주시려고 선생님께서 은근슬쩍 제자 곁으로 다가 오십니다.
선생님, 강춸원 선생님! 어느 하늘아래, 어드메에 살고 계십니까? 만나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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