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꽃
찔레꽃 피우려고
앞산그늘에서
산비둘기는
밤마다울어댔다
어릴 적
책보 어깨에 비스듬히 매고
목고개 넘어오다
우리 동네 재경이와
한판붙었을 때
목고개모롱이에 피어있던
찔레꽃은
배시시 웃었다
앞집
희야가
목고개에서
버스타고 서울로 돈벌러가던 날
나는
고개를 돌렸지만
찔레꽃은
금의환향 하라며
하얀 손 흔들며
배웅해주었다
찔레꽃을 만나려고
어제,
구수산기슭에 갔다
나는 늙어
호호 할배되었는데
찔레꽃은
스무살 아가씨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