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자전거/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4. 16. 07:53

 

앞마당에 서있는

우리 집 고물 자전거

겉은 허름해도 속은 멀쩡하다

10호봉 고참자전거다

 

닳고 헤져서 발가락이 비어져 나온다고

하도 투덜거려서

뒷바퀴는 작년에

앞바퀴는 올해

새신발로 갈아 신겼더니

찍소리 없다

 

앞바퀴는 당기고

뒷바퀴는 밀고

휘파람 불고

콧노래 부르며

스리슬슬

자전거가 달려간다

낮술이라도 한잔 했는지

앞바퀴가 비틀거린다

뒷바퀴가 냅다 고함을 지른다

"요즘엔 자전거도 음주단속 한대요. 핸들 똑바로 잡아요!"

 

보고도 못 본척

고개 돌려버리는

음주운전 단속나온

젊은 경찰아저씨

해말간 웃음이

아침이슬만큼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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