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4. 12. 11:11

바람이 분다

나뭇잎이

나부낀다

곱디고운 미풍

어여쁜 아가씨 바람이다

웬걸

바람은 이내 미쳐날뛰는 도깨비가 된다

 

간판이 날아가고

아파트 쓰레기장 지붕이 날아가고

나뭇고개 가로수 몇 그루를

도로 한복판에 내동댕이 치더니 바람은

기운이 빠져 소백산 비로사 뒤 골짝으로 숨어버린다

 

눈을 떴다

꿈이었다

집사람 목소리로 변한 바람이

깩! 소릴 지른다

 

그만 자고 일어나요

무슨 잠을 그렇게 자요

번개시장 가서 당파 한 단 사와요

파김치 담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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