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무료할 땐/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4. 1. 11:56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주막에

궂은 비 내리는 이 밤이 애절구려

능수버들 태질하는 창살에 기대어

어느 날짜 오시겠소 울던 사람아

 

잘한다.

그렇게 궁시렁거리며 빙그레 웃는다.

자화자찬이다.

주방에서 밥짓는 집사람이 들었다면 '에그, 저 양반 또 그 병이 도졌꼬만!' 하고 중얼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랴. 무료할 땐 방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노래한곡 부르는 게 심심풀이 땅콩인걸.

 

아주까리 초롱 밑에 마주 앉아서

따르는 이별주에 밤비도 애절구려

귀밑머리 쓰다듬어 맹세는 길어도

못 믿겠소 못 믿겠소 울던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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